다사다난했던 2009년이 가고 경인년 새해가 밝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0년 주택·부동산시장은 어떤 모습으로 전개될까? 새해에는 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이 다양하게 혼재해 있어 그 어떤 시기보다 전망이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우선, 대표적 상승요인으로는 실물경기 회복을 들 수 있다. 경기가 좋아지면 소비자들의 소득과 구매력이 늘어나는 만큼 부동산 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이와 더불어 신규주택 입주량 감소, 지방선거에 따른 개발 공약, 뉴타운 및 재개발 철거 이주수요 등도 주목할 만한 상승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출구전략에 따른 금리 인상, 속도조절용 규제책, 강남권 재건축 등 단기가격 급상승에 따른 부담감 등은 대표적 하락요인이다. 이와 함께 분양가상한제 폐지, 보금자리주택, 4대강 및 세종시 추진방향 등도 새해 시장의 향방을 좌우할 키워드 중 하나다. 본지는 신년 특집기획으로 주택·건설·부동산 분야 전문가 30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새해 주택시장을 전망해봤다. 이를 통해 2010년 부동산시장의 모습을 가늠하고 바람직한 시장의 방향을 모색해본다.

■2010년 집값 전망은?

새해 집값 전망으로 전문가 대다수는 가파른 움직임보다는 소폭의 상승세 또는 보합세를 예상했다. 가장 많이 선택한 답변은 ‘1~5% 상승’으로 14표(46.6%)를 얻었다. 그 다음은 ‘보합세’가 6표(20%)로 많았고, ‘5% 이상 상승’을 점친 전문가도 3명 있었다.

상승에 대한 근거로는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국내외경제 회복진입,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 등이 제시됐다.

한호건설 장태일 대표는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보금자리 택지 등 개발보상비,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 등의 상승요인이 많다”며 “금리인상 요인, 대출규제, 양도세 감면기간 만료 등 하락요인도 존재하긴 하나 전반적으로 완만한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김찬호 실장은 “경기회복 기대감, 양도세비과세, 전세난 등 몇 가지 요인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며 “분양가규제, DTI 등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큰 상승폭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그리 많지 않았다. ‘1~5% 하락’을 예견한 전문가는 3명(10%), ‘5% 이상 하락’은 1명(3.3%)에 불과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서울 등 특정지역을 제외하고 5% 이상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있었으며, ‘5~10% 하락’할 것이라는 파격적인 예상도 있었다.

임대주택연구소 한문도 소장은 “글로벌 경기를 감안할 경우에는 5~10% 하락이 진행되어야 정상”이라며 “국내 정부의 특별한 활성화정책이 있을 경우에만 다소 상승할 것이고 이 또한 인위적 부양성격이 강하므로 실질적이고 전반적인 매수수요의 장기적 감소로 인해 일시적 상승에 그치고 말 것”이라고 예상했다.

■2010년 유망 투자상품은?

유망 투자상품에 대한 견해는 상당히 고르게 분포됐다. 그 중 ‘신규분양 아파트’ (9표, 30%)를 선택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고, 한 표 차이로 ‘토지(8표, 26.6%)’가 제 2의 유망 투자상품으로 지목됐다.

부동산富테크연구소 김부성 소장은 “초기투자자금의 최소화와 개발호재 등으로 인해 2차보금자리 신규분양 및 광교신도시 신규분양, 하반기 분양예정인 위례신도시 분양 등 입지가 양호한 신규분양 아파트에 대한 투자가 가장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의 경우 보금자리택지 보상, 신도시 개발 보상과 이로 인한 대체 수요 발생, 군사시설보호구역 및 그린벨트 해제 등으로 인한 가격 상승이 전망됐다. 그 다음으로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5표, 16.6%)와 ‘미분양 아파트’(2표, 6.6%)가 뒤를 이었고, 오피스텔 및 상가도 각각 1표씩을 얻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2월11일까지는 국지적으로 신규분양시장, 이후는 저평가된 재개발·재건축 대상 아파트”라는 의견이 있었고, 수익형부동산을 중심으로 한 일부 경매대상, 한강변과 뉴타운 후보지의 빌라 등을 꼽은 전문가도 있었다.

부동산파트너즈 우용표 대표는 “아파트로는 제한적인 수익만 가능하다는 인식이 퍼지고, 이에 대한 대체 투자처로서 빌라가 유망한 투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고령화시대 초기에 접어든 만큼 실버타운 등 노인과 관련된 상품에 투자하는 게 좋을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2010년 주택시장 흐름을 좌우할 최대 변수는?

2010년 주택시장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는 ‘실물경기 회복여부’와 ‘금융 및 세제에 대한 정부정책’이 각각 13표(43.3%)와 12표(40%)의 지지를 얻으며 1·2위를 차지했다.

닥터아파트 이영진 소장은 “최근의 주택시장 침체는 대출규제 영향도 있지만 실물경기 회복여부의 불투명성에 기한 바가 크다”며 “실물경기 회복이 경제성장과 궤를 같이하는 경우 대출규제(DTI)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부동산거래가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더러는 금리동향(2표, 6.6%), 뉴타운 등 재개발(1표, 3.3%), 강남권 재건축(1표, 3.3%), ‘4대강·세종시 개발방향’(1표, 3.3%) 등을 꼽은 응답자도 있었으나, 1·2위에 비해 득표수가 현저히 떨어졌다.

반면,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보금자리주택’은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올해 실시된 시범지구 사전예약의 열기가 기대에 못 미친 데다, 서민주거안정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논란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한 전문가는 ‘지자체 선거에 따른 공약 후보지’가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를 것이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현 주택시장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문가들은 총부채상환비율(DTI) 등 ‘금융규제 완화’(13표, 43.3%)를 현 주택시장에서 가장 먼저 개선돼야 할 점으로 꼽았다.

올 들어 미분양 물량이 다소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는 데다, 정부가 DTI규제를 제2금융권까지 확대하면서 매매시장이 냉각된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로 분석된다.

한 전문가는 “미분양을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려는 투자자들과 미분양수요자들이 대출규제로 인해 미분양을 다량으로 매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과거 외환위기 이후 DJ정부 때 실행한 미분양주택에 대한 1인 다중대출 허용 같은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미분양문제가 쉽게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에서 내년에도 DTI규제를 유지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해제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뒤 이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선택한 전문가도 7명(23.3%)이나 됐다. 이미 정책적 기능을 상실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해 민간건설사의 주택공급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밖에 ‘신규 주택공급 확대’ (3표, 10%), 미분양 해소대책 수립 (2표, 6.6%), 지역간 양극화 해소(1표, 3.3%) 등의 답변이 뒤를 이었다.

기타 의견으로는 ‘재건축 규제 완화’, ‘주택가격의 하향안정화’, ‘재고주택시장의 자율경제화’ 등이 제시됐다. SH공사 배경동 본부장은 “단지화로 인한 폐단과 소유자 관리체계 단절을 막기 위한 주택전문관리법인에의 위탁관리 의무화가 시급하고, 신규아파트 분양에 올인하는 공급위주의 정책에서 탈피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견해는?

2009년 안에 폐지될 것으로 보였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한 해가 넘어간 이 시점에도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및 학계의 많은 전문가들이 앞다퉈 상한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지만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급등했는가 하면, 일부 단지에서는 한동안 잠잠했던 고분양가 논란도 일면서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안정을 도모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인식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

그렇다면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결론은 총 30명의 전문가 중 24명(80%)이 ‘폐지론’을 주장하는 것으로 집계돼 ‘유지론’(3표, 10%)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상한제 폐지가 단기적으로는 가격 상승을 가져올지 몰라도 점차 주택공급를 늘려 중장기적으로는 가격 하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대세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두성규 실장은 “향후 실물경기 회복을 시작으로 부동산시장도 회복세로 접어들려면 시장경제원리의 정착에 대한 주택건설업계 및 부동산시장의 신뢰감 제고가 동반돼야 한다”고 전제하며 “분양가상한제는 시장경제원리에 반할 뿐 아니라 주택건설업체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끼쳐 수급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므로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일부 폐지론’이 눈에 띈다. SH공사 배경동 본부장은 “서민주거에 영향을 미칠 일반주거 택지개발 사업은 현 체제를 유지하되, 이와 다른 중상위 계층의 투자대상인 상업지역에 대한 주상복합의 주거시설에 대하여는 폐지함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고, 한성대학교 백성준 교수는 “공공택지 소형주택을 제외하고는 폐지해야 한다”라고 답했다.

설문에 참여해 주신 분들(가나다 순) 강공석 투모컨설팅 대표, 강찬희 롯데건설 주택연구소 소장, 고종완 RE멤버스 대표, 권대중 레피드도시개발 대표, 김동재 한미파슨스 상무, 김부성 부동산부테크연구소 소장, 김영곤 강남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김용진 스피드뱅크 이사, 김재일 더원솔루션 이사,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실장, 김학권 세중코리아 대표, 김학도 인천로봇랜드 본부장, 김흥수 한국부동산연구원 실장,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실장, 박대원 상가정보연구소 소장,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 박원갑 부동산일번지 대표, 배경동 SH공사 도시재생본부장, 백성준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 봉희룡 한화건설 전무, 안동건 부동산차트연구소 대표, 우용표 부동산파트너즈 대표, 이영진 닥터아파트 이사, 장재현 부동산뱅크 책임연구원, 장태일 한호건설 대표, 조준현 대한건설협회 실장,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하창식 도시와사람 회장,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

한국주택신문 이상혁 기자 shlee@housingnews.co.kr